그는 80년대 이후 인체와 자연을 소재로 해서 우리의 정치적 현실과 민중의 삶, 그리고 이후 자연의 신비와 생태. 환경에 대한 주제 의식을 펼쳐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1980년대 인체의 자유로운 변형과 과감한 구성을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환각적인 미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조각, 현실적 주제의식을 거느린 형상조각으로 돌올했다. 그런데 그가 본격적인 조각 작업을 시작하던 1980년대 그의 화두는 ‘한국적 조형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80년대에 그가 주목한 이른바 한국 조형의 본질로 볼 수 있는 것들은 민간신앙, 농민의 모습, 농기구의 형태, 샤머니즘 등이었다. 농민의 울퉁불퉁한 근육은 한국의 산하에 독특하게 자란 소나무의 형태와 너무나 닮아있었고, 한국의 바위나 지형과도 닮아 있었다고 한 그는 그것들을 집약하여 표현하고자 한 것이 바로 80년대에 작업한 인체들이다.
그 작업들은 흙으로 빚은 소조의 맛과 구상의 틀에 과감함 타공과 거친 터치, 형태 변형으로 이루어진 파격적인 구성을 거느린 것들이다. 그리고 민불이라든가 장승이라든가 농기구 등 우리 민족의 삶의 숨결이 배어있는 소재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형식을 오늘의 삶에 기반해서 재구성, 기층 민중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살아 숨 쉬는 조형의 편린 속에서 우리 조각의 원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무덤가에 자리한 문인석, 무인석이나 장승, 석불을 응용한 작업 내지 전통 연희의 한 장면에서 연유하는 포즈들은 그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