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경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청동, 100x150x300cm, 2010
배형경 Bae Hyung Kyung (1955~)

배형경(1955)이 제시하는 인간 군상은 깊은 흙빛의 육중한 몸이 거친 표면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강한 울림을 준다. 작가가 빚어낸 인간 형상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구부려 온몸을 웅크리며 안으로, 바닥으로 파고들고 있다. 세상과 등지고 고독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 그들의 모습은 어둡고 우울하다.
 배형경이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인간 실존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답이 없는 물음에 작가는 조형적 언어로 반응하고 있다. 근육이 돌출되고 뼈마디가 앙상하게 드러나 고행하듯 표현된 인체는 우리가 감추고 살아왔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가벗겨 놓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파고들 수 없는 곳까지 자신을 내몰겠다는 듯 바닥으로 침잠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명상적 태도는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끝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