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Mecha Sentimental
참여작가: 김택기
전시기간: 2012. 5. 26 ~ 6.24
전시장소: 가나어린이미술관
전시서문
로봇(2010년 이후). 그리고 작가는 인간의 원형에 대한 관심(신화시대),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인간에 관한 보고서), 그리고 존재의 원초적 에너지에 대한 관심(에너지)을 경유해 근작에서 에너지(힘과 전능)와 관련한 일종의 상징적 표상이랄 수 있는 로봇에 정박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개 지금의 어른들은 로봇태권브이에 대한 남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다. 볼거리도 놀 거리도 변변찮았던 시절에 TV와 만화를 통해 접했던 각종 로봇, 특히 메이드인코리아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경우랄 수 있는 로봇태권브이는 사실상 영웅이었다. 이처럼 가상의 영웅에 열광했던 이유는 진정한 영웅을 상실한 시대에 그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대리물이 필요했고, 대체만족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소위 팝코드의 트렌드와 더불어 로봇의 추억은 되살아난다. 그동안 트랜스포머와 같은 변신로봇이며 인간과 흡사한 감정을 가진 휴머노이드와 같은 온갖 진화된 로봇들이 매스미디어를 장악하고, 동심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로 되돌아간 어른들(키덜트)의 마음마저 사로잡기에 이른다. 프라모델 수집 열풍과 더불어 작가들 역시 앞 다투어 그 가상의 캐릭터들을 칭송하고 노래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로봇은 늙고 병들고 녹이 슨다. 일부 작가들은 바로 이처럼 쇄락한 로봇들의 처지에 주목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매스미디어가 만든 허구였고 이데올로기였다. 영웅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반증할 뿐인 시대적 아이콘이며 매개체로 본 것이다. 그 경우가 어떻든 이 로봇들의 몸속에는 가부장적 가치체계와 부계적 이데올로기의 피가 흐른다. 악을 일소하고 선을 실현하는 사회라는 명분을,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명분을, 좀 더 미학적으로 말하자면 죽은 아버지의 정언명법으로 개인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제도의 지점들, 이를테면 법률과 권력과 정의를 실행하고 실현한다는 당위를 도맡고 있는 것이다. 이양된 상징권력을 수행하고 대리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힘과 선과 정의가 같은 이름으로 호명되는 사회에서 나는 악으로 지목되거나 최소한 잠재적인 악으로 주목된다. 여기에 로봇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이 있다. 바로 김택기가 주목하는 로봇의 성향인데, 그의 로봇에선 이처럼 힘과 선과 정의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상징권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로봇들은 하나로 어우러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뮤지션 시리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로봇, 첼로를 켜는 로봇, 색스폰을 불고 트럼본을 연주하는 로봇,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과 싱어 로봇, 그리고 이 모든 로봇들을 총괄하는 지휘자 로봇이 합주를 통해 천상의 화음을 연주한다. 원래 음악은 시였고, 시는 신의 말씀인 로고스로부터 유래했다. 9기예를 담당하는 요정들 중 최고의 요정이 음악을 관장하는 뮤즈였고, 뮤직이라는 말도 여기서 왔다. 말이 신이지, 여기서 신은 사실상 인간의 한 속성인 것이며 인간이 가장 승화된 경우로 이해할 수가 있겠고, 따라서 그렇게 가장 승화된 형식의 인간의 속성을 로봇에게 투사하고 부여해준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영웅이데올로기를 대리하는 로봇, 변신로봇, 그리고 휴머노이드에 이어 로봇이 적어도 보기에 부계이데올로기의 잔재를 일소한 경우로 볼 수가 있겠고, 제대로 진화하고 진정으로 변신을 이룬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작가의 작업에서 로봇은 이렇듯 예술을 매개로 인간으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화된 로봇은 지극히 세속적이다(외출 시리즈). 여자들은 흔히 외출하기 전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진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로봇들도 여자들처럼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고 머리를 손질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로봇의 여성화를 시도한다고 볼 수는 없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일종의 기계의 세속화가 제안되는 것인데, 아마도 로봇과 관련한 가장 인간적이고 온건하고 급진적인 상상력의 경우일 것이다. 일부 여성로봇이 없지 않지만, 모든 로봇은 기본적으로 중성이랄 수 있고, 사실상 남성주체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경우로 보아야 한다. 작가가 제안하고 있는 세속적인 로봇은 바로 그 가치관이며 선입견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발동이 걸린 기계의 세속화는 작가의 다음 작업에서 더 진화하고 더 진척될 것이다(가족 시리즈). 기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먹고 싸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질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의 구분과 차이를 일소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작가는 로봇을 통해 본 문화풍속도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게 만든다. 여기서 작가가 보여주는 로봇의 세속화보다는 다만 현재 작업에서 예시되고 암시되는 기계의 세속화가 더 급진적이다. 그 급진적인 물길이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 지가 궁금하고, 그래서 벌써 다음 작업이 궁금해진다.
(고충환 미술평론가; "김택기의 조각 - 인간의 경계 너머로 기계의 세속화를 예시하는 로봇"에서 발췌)
- 2009년 소르본 빠리 I 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수료, 파리
- 2005년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원(Objet-Metal) 석사졸업, 스트라스부르그
- 2003년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대학(Art) 학사 졸업, 스트라스부르그
- 2001년 동아대학교 예술대학(미술학과) 석사 졸업
- 1998년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개인전
- 2012년 외출, CSP111 아트스페이스, 서울
- 2012년 Korean Contemporary Art Exhibition / Art Orchestra by Kim Taik-Gi, Times Square, 홍콩
- 2006년 잠재된 에너지, International Cite Des Arts, 파리
- 2000년 인간에 관한 보고서, 용두산 미술관, 부산
- 2012년 2인전 'le Coeur & la memoire' B-E, 서울
카잘스 페스티발, 주한 프랑스 문화원, 서울
코르다 벨라와 함께한 조각전, 이도갤러리, 서울 - 2011년 현대미술여행, 장흥아트파크 미술관, 양주
남풍, 뉴웨이브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 부산
가나아트센터, 부산
야외조각 자연 생명전, 경기도박물관, 용인
- 2011~2016 가나장흥아뜰리에
- 2005~2007 Internationale Cite Des Arts, 프랑스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