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개인전_ 보도자료
■ 전시 개요
전 시 명: 내일은 도둑갈매기의 씨앗을 훔쳐 소나기의 바다로 떠날 것이다
참여작가: 이수진(입체, 설치)
전시규모: 입체, 설치 작품 4점
전시기간: 2018. 6. 30.(토) ~ 8. 26.(일) 총 58일
전시장소: 가나아트파크 가나어린이미술관, 제5전시장
(11520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17. T.031-877-0500. www.artpark.co.kr)
□ 문의(전시기획운영팀):
* 전시기획: 박정원 팀장 psjw9116@artpark.co.kr
* 전시홍보: 이세원 홍보큐레이터 swlee90@artpark.co.kr
■ 전시 서문
“내일은 도둑갈매기의 씨앗을 훔쳐 소나기의 바다로 떠날 것이다”
위의 서술형 문장은 가나아트파크에서 열리는 이수진 작가의 이번 개인전 제목이다. 2017년 발표한 전시,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의 또 다른 변주를 시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 기존에 이수진 작가가 공간과 환경을 탐구하여 얻은 사실과 상상력을 수집하여 귀납적으로 어떤 형상과 구조물을 만든 것과는 달리, 이번 전시 《내일은 도둑갈매기의…》에서는 전시를 위한 하나의 주제어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이수진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매듭’과 ‘유닛’을 이용한 증식되는 이미지나 도안에 착안하여 이수진 작가에게 ‘식물’의 개념, 생장, 형태 등의 특징이 개입되는 작업을 의뢰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정했다. 그에 대해 작가는 타자에 의해 뿌려진 씨앗이 땅에서 싹트는 수동적인 식물의 관념을 능동적인 여행자이자 개척자라는 독립적인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작품의 전체적인 서사는 도둑갈매기가 씨앗을 들고 대륙을 횡단하여 극지방에서 꽃을 피우게 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지는 것처럼 그에 버금가는 식물 종을 리서치를 통해 발견하면서 발전되었다. 흥미롭게도 케이폭 식물(Kapok tree) ‘판야나무’의 경우 바다를 건너며 잠수함처럼 떠다니면서 생장하고, 맹그로브(Mangrove)나무는 포유류처럼 싹을 틔운 후에 갯벌이나 바닷가에 떨어뜨리는데, 최고 40일 간의 바다여행을 하다가 땅에 도착하면 그제야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생물체가 향하는 목적지를 ‘소나기의 바다’라고 설정하는데, 실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나온 열이 축적된 현무암질이 용해되어 생성된 크레이터를 덮은 평원의 형태로 달의 앞면에 위치하는 넓은 대륙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수진 작가는 새로운 서사가 입혀진 작품 〈섬밀경〉(2017)과 〈죽은 새의 별자리〉(2017) 등을 가나아트파크 5전시장 공간에 맞게 새롭게 가변설치 했으며 공간을 감각적으로 이해하면서 벽면을 대각선으로 크게 가로질러 파란색 분할 면을 설정했다.
이번 전시는 사실 특정한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설치 작업이 보는 이들에게 체감되는 난해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탐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수진 작가의 작업 과정은 공간의 역사와 배경을 연구하고 건축적인 특징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심상을 이끌어내는데 능숙하지만 수수께끼처럼 상징화되어 있는 오브제들의 연결고리를 보는 이들이 감각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수진 작가의 작업이 변화되는 과정을 본다면 이 일련의 작업들이 얼마나 풍부해지고 진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진 작가의 작업은 2011년 《유연한 벽》(통의동 보안여관)부터 2014년 《빛이 되어주는 사건들 : 모멘텀의 미궁속으로》(갤러리압생트), 2017년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전시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양상을 볼 수 있다. 일단 오랫동안 시간을 견디며 닳거나 기능성을 상실한 폐기물이나 인공 재료를 선정하고, 현장에서 몸을 움직여 즉흥적으로 설치를 하며 건축적인 구조나 환경에 얽힌 사실적인 배경과 어떤 사실적인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상상력을 구조화시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2017년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전시는 어떠한 시리즈로 일단락되지 않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는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품에 대한 속편이자 다음의 예고편으로서 작가의 창의적인 역량만으로 새로운 이야기 구조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수진 작가가 설치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는 과거에 있던 사실이 현재에 이어져 작가에게 수용되는 섬세한 감각의 역치에 대한 증거이자 그 어떠한 것으로 규명되기 힘든 그저 ‘지금’이라는 시간에 대한 미적 행위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궁금하다. (박정원)